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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雨岐)의 첫 미술작품
[내 마음에 흐르는 비]

그림 「내 마음에 흐르는 비」를 바라보며
- 우기(雨岐) -
말이 먼저 무너진 자리에서
비는
조용히 아래로 흘렀다.
지우려던 기억들은
오히려 더 번져
푸른 숨이 되었고,
검은 시간들은
끝내 사라지지 못한 채
마음의 가장 낮은 곳에
고요히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안다.
사람의 마음에도
날씨가 있다는 것을.
겉은 마른 얼굴로 살아가도
보이지 않는 안쪽에서는
이토록 오래
비가 내리고 있다는 것을.
한 줄씩 흘러내리는 침묵은
울음이 되지 못한 것들의 흔적이고,
번져 있는 푸른빛은
끝내 미워하지 못한 마음의 체온이다.
그래서 이 그림 앞에 서면
누군가를 잃어본 적 있는 사람들은
자기 안의 빗소리를 듣게 된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마음이 먼저 젖는다.
그리고 오래 바라보게 된다.
비는
그치지 않기 위해 내리는 것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
조용히 흐르는 것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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